(전략물자수출,행정사) 민수용인데 왜 안 되나요? 러시아 수출 발목 잡는 상황허가의 정체
안녕하세요. 도시의 광야를 누비는 행정사! 당신의 든든한 행정법률 파트너, 행정사 사무소 테미스(Themis)입니다.
수출 기업들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바로 "우리 제품은 무기가 아니고, 바이어도 민간 기업이며, 사용하는 곳도 민수공장(도는 민수 도소매업체)인데 수출 불허"러는 통보를 받을 때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국제 무역 규범, 특히 미국의 ITAR(국제무기거래규정)과 한국의 상황허가(Catch-All) 체계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오늘은 이중용도 품목의 국제적 기준부터, 상황허가 리스트의 올바른 독해법, 그리고 민수용임이 확실함에도 수출이 불허되는 결정적 이유까지 수출 기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허가의 급소'를 실무적 관점에서 파헤쳐 드립니다.

I. 이중용도 품목 : 전 세계가 공유하는 '공통의 약속'
전략물자는 크게 군용물자와 이중용도품목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이중용도'란 민수용으로 개발되었으나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 소프트웨어, 기술을 말합니다. 이 분류 기준은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1. 4대 국제체제와의 연동
한국의 「전략물자수출입고시」 별표 2에 등재된 이중용도 품목은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호주그룹(AG) 등 국제 조약 및 협약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이 리스트는 한국만의 규제가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EU) 등 서방 우방국들이 공통으로 합의한 '국제 표준(Global Standard)'입니다.
2. 우방국 간 규제의 높은 일치율
따라서 어떤 품목이 한국에서 '이중용도 전략물자'로 판정된다면,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동일하게 전략물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우리 기업이 해외 부품을 소싱하거나 완제품을 수출할 때, 해당 품목이 국제적으로 통제되는 '민감 품목'인지 아닌지를 전 세계 공통 기준으로 판단하여 리스크를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II. ITAR과 상황허가(Catch-All) : 빈틈을 메우는 미국의 영향력
전략물자 리스트에는 없지만(비전략물자), 최종 용도나 목적지 때문에 통제받는 것을 '상황허가(Catch-All)'라고 합니다. 이 제도는 미국의 강력한 통제 정책인 ITAR 및 EAR(수출관리규정)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1. ITAR의 강력한 통제망
미국 국무부(DDTC) 관할의 ITAR(국제무기거래규정)은 미국산 국방 물자나 기술이 포함된 제품이 해외로 수출될 때,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강제합니다. 이를 '가시성 원칙(See-through Rule)'이라고 합니다. 비록 한국의 「전략물자수출입고시」상 비전략물자라 하더라도, 그 안에 미세한 ITAR 통제 부품이나 기술(단, 모든 미국산 부품이 아니라 미국 군수품 목록(USML)에 등재된 품목에 한함)이 포함되어 있다면, 한국 정부의 허가와 별개로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수적입니다.
2. 상황허가와 미국의 우려거래자 통제
한국의 상황허가 제도는 미국의 EAR(수출관리규정)상 'Catch-All' 통제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미국이 지정한 우려거래자(Entity List)나 금지 국가로 수출할 경우, 품목이 무엇이든 간에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다면 수출이 통제됩니다. 즉, 한국의 상황허가 제도는 국제 평화 유지라는 명분 아래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습니다.
III. 민수용이 확실해도 허가가 안 나는 이유 : 잠재적 위험의 차단
많은 기업이 "최종 사용자가 민간 기업이고, 민수용 제품(예: 일반 자동차 도색, 상업용 건물의 배관 등)에 쓴다는 확약서도 받았다"며 허가를 자신합니다. 하지만 허가기관(산업부/전략물자관리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허가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1. ITAR의 절대성: 용도보다 '성분'이 우선
ITAR 품목이 포함된 경우, 최종 용도가 무엇인지는 미국 국무부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출하려는 페인트에 ITAR 통제 화학물질(USML 등재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것을 장난감에 칠하든 탱크에 칠하든 미국 정부의 허가(Re-export License)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허가증이 없으면 상황허가를 내주지 않습니다.
2. 최종 사용자의 '이중성' (Diversion Risk)
바이어가 표면적으로는 민간 기업(예: 자동차 회사)이라 하더라도, 그 회사가 군용 트럭도 생산하거나 군수 업체와 계열사 관계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심사 당국은 "지금은 민수용 승용차에 쓴다고 하지만, 창고에 들어간 뒤 군용 라인으로 빼돌려질 위험(전용 우려)"이 있다고 판단하여 불허 처분을 내립니다.
IV. 상황허가 주요 불허가 사유
실무적으로 상황허가가 거부되는 대표적인 케이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리 점검하여 리스크를 줄여야 합니다.
1. 미국 재수출 허가 미비
제품 내 미국산 부품/기술(ITAR 대상)이 포함되어 있으나, 미국 정부의 허가서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사유)
2. 우려거래자(Entity List) 해당
최종 사용자나 중개인이 미국 상무부의 Entity List, 또는 한국 정부의 우려거래자 목록에 등재된 경우. (용도 불문하고 즉시 거부 가능성 높음)
3. 군사적 전용 가능성 소명 부족
최종 사용자가 군(軍)과 관련된 이력이 있거나, 수출품의 사양이 민수용치고는 지나치게 고성능(Over-spec)이라 군사용으로 의심받는 경우.
4. 제재 정책에 따른 금지
러시아, 북한 등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는 국가로의 수출인 경우, 품목 자체가 '상황허가 금지 품목'으로 지정되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V. 실무 핵심 : 상황허가 대상품목(전략물자 수출입고시 별표 2의2)
러시아나 벨라루스 수출 시 상황허가 대상품목 리스트를 볼 때, HS Code 유무에 따라 통제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1. HS Code가 없는 경우: "기술적 성능(Spec) 통제"
반도체, 양자컴퓨터, 정밀 공작기계 등 첨단 품목은 리스트 앞부분에 위치하며 HS Code가 공란인 경우가 많습니다. HS Code(관세 분류)만으로는 고도의 기술적 성능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품목은 "5 GFLOPS 이상의 연산 속도"와 같이 구체적인 기술적 성능(Spec)을 기준으로 통제하므로, 수출품의 데이터시트(Datasheet)와 고시의 '상세사양'을 정밀 대조해야 합니다.
2. HS Code가 있는 경우: "범용 산업재 통제"
반면, 리스트 뒷부분에 있는 화학제품(페인트 등), 철강, 자동차 부품 등은 HS Code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고도의 기술적 사양보다는 물품의 종류 그 자체가 통제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제품 성능과 무관하게 HS Code가 리스트와 일치하면 상황허가 대상으로 봅니다.
VI. 정확한 허가 관할청의 구분: 산업부 vs 방위사업청
마지막으로, 허가 신청 번지수를 잘 찾아야 합니다.
1. 전략물자(이중용도 포함)의 경우
가. 원칙적 관할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 허가는 원칙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전략물자관리원) 소관입니다.
나. 예외적 관할 (방위사업청) 단, 이중용도 품목이라 하더라도 최종 사용자가 수입국 군(軍)이거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허가 권한이 방위사업청으로 이관됩니다.
2. 상황허가(비전략물자)의 경우
전략물자가 아닌 품목(비전략물자)이 상황허가 대상이 되는 경우, 최종 사용자가 군대라 할지라도 허가권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전담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전략물자'에 대한 허가권만 가지므로, 비전략물자인 상황허가 품목은 산업부 시스템을 통해 신청해야 합니다.
결론
수출 통제는 "우리 물건은 안전하다"는 주장만으로 넘어설 수 없습니다. ITAR이라는 강력한 국제 규범과 상황허가라는 촘촘한 그물망은 '민수용'이라는 명분보다 '전용 가능성'이라는 리스크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복잡한 전략물자 판정부터 까다로운 상황허가 소명까지, 글로벌 무역 규범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입니다.
행정사 사무소 테미스가 귀사의 안전한 수출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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